2024년 말 발표된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2025에서 한국이 64개국 중 63위를 기록했다는 뉴스를 봤을 때 솔직히 말이 안 나왔다. 산유국을 제외하면 사실상 꼴찌라니. 도대체 뭔 일이 벌어진 건지 자료를 뒤져보며 분석해봤다.
1. 충격적인 현실: 한국 63위, 산유국 빼면 사실상 꼴찌
독일의 저먼워치, 뉴클라이밋 연구소, 기후행동네트워크가 공동으로 매년 발표하는 CCPI는 나름 권위 있는 지수다. 그런데 한국이 64개국 중 63위라니. 더 가관인 건 64위가 사우디아라비아라는 점이다. 세계 최대 산유국이랑 나란히 꼴찌를 하고 있다니 정말 창피했다.
이웃나라들 성적을 보니 더 기가 막혔다. 중국이 55위, 일본이 58위인데 한국만 유독 바닥을 기고 있다. 심지어 러시아도 61위, 터키도 62위인데 우리만 63위다. "아니, 우리가 이렇게까지 못했나?" 싶어서 CCPI가 뭘 평가하는지부터 찾아봤다.
참고로 1~3위는 아무도 못 받는다. 기준이 워낙 까다로워서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로 공석으로 둔다고 한다. 그러니까 실질적으로는 4위부터 시작인 셈이다.
CCPI는 뭘 보는 건가?
이 지수는 크게 4가지를 본다:
- 온실가스 배출량 (40% - 가장 중요)
- 재생에너지 (20%)
- 에너지 사용 (20%)
- 기후정책 (20%)
각 항목별로 점수를 매겨서 종합 순위를 정하는 방식이다. 매년 COP 기간에 발표되는데, 이번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COP29에서 공개됐다.
흥미로운 건 온실가스 배출량 비중이 40%로 가장 크다는 점이다. 아무리 재생에너지 정책을 잘 만들어도 실제로 배출량이 안 줄면 소용없다는 얘기다. 한국이 낮은 점수를 받은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2. 상위권의 비밀: 덴마크·네덜란드·영국은 뭘 다르게 했을까
덴마크(4위): 50년 버텨온 일관성
덴마크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말 부럽더라. 1970년대 석유위기 때부터 "우리는 풍력으로 간다"고 정하고 지금까지 밀어붙였다. 지금 전력의 절반 이상을 바람으로 만든다고 한다.
더 놀라운 건 2023년에는 풍력발전량이 전력 소비량을 넘어서서 다른 나라에 전력을 팔기까지 했다는 점이다. 에너지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바뀐 거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정치적 일관성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기후정책은 흔들리지 않는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70% 줄이겠다는 목표도 법으로 정해놨다. 우리랑은 완전 다른 세상이다. 심지어 2025년부터 축산업 메탄세까지 도입한다고 한다. 소가 트림할 때 나오는 메탄까지 세금을 매기는 수준이니 얼마나 철저한지 알 수 있다.
네덜란드(5위): 돈으로 말하기
네덜란드는 접근 방식이 달랐다. '순환경제'라는 걸 들고 나와서 아예 경제 시스템을 바꾸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뭔가 확실했다. 탄소세 제대로 걷고, 화석연료 보조금은 단계적으로 없앤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아, 이제 탄소 배출하면 진짜 돈이 많이 든다"는 걸 체감하게 만든 거다.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친환경 기술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 셈이다.
재밌는 건 건물 분야다. 2030년부터는 에너지 효율이 낮은 건물은 아예 임대를 금지한다고 한다. 집주인들이 자발적으로 단열공사를 하게 만드는 정책인 거다. 또 2030년부터는 신축 주택에 태양광 패널 설치를 의무화했다. 이런 식으로 규제와 인센티브를 적절히 섞어서 사용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영국(6위): 1년 만에 14계단 상승의 기적
제일 놀라운 건 영국이다. 작년에 20위였는데 올해 6위로 뛰어올랐다. 14계단을 한 번에 올라간 거다.
비결은 간단했다. 2024년 7월에 보수당에서 노동당으로 정권이 바뀌자마자 기후정책을 완전히 바꿨다. '그린 뉴딜'을 들고 나와서 2030년까지 청정전력 100% 하겠다고 선언했다.
구체적으로 뭘 했는지 찾아보니 정말 확실하더라. 해상풍력에 280억 파운드(약 45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화석연료 신규 탐사 허가도 중단했다. 탄소포집저장 기술 개발에도 200억 파운드를 투입하기로 했다.
이게 중요한 포인트다. 정치적 의지만 확실하면 1년 만에도 이렇게 바뀔 수 있다는 거다. 한국도 못할 이유가 없지 않나? 다만 영국은 이미 석탄발전을 완전히 없앤 상태라서 우리보다는 좀 더 유리한 조건이긴 했다.
3. 한국의 민낯: 왜 63위까지 떨어졌나
자료를 뒤져보니 한국이 꼴찌 근처까지 간 이유가 보였다. 한 마디로 모든 게 어정쩡했다.
재생에너지 정책이 뒤로 갔다
가장 큰 문제는 재생에너지 정책이 후퇴한 거다. 이전 정부에서 추진하던 '재생에너지 3020' (2030년까지 20%) 계획이 힘을 잃었다. 해상풍력 프로젝트들도 연기되거나 규모가 축소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더 답답하다. 서남해 해상풍력은 2019년부터 시작해서 아직도 완공 못했고,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은 계획만 3번이나 바뀌었다. 덴마크가 바람으로 전력 절반을 만드는 동안, 우리는 아직도 태양광 패널 설치하는 것만으로도 주민 반대에 부딪히는 상황이다.
더 기가 막힌 건 재생에너지 발전량 자체는 늘고 있는데 전체 발전량도 같이 늘어서 비중은 제자리걸음이라는 점이다. 2023년 기준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이 9% 정도인데, 이 속도로는 2030년 20% 목표도 달성하기 어렵겠더라.
천연가스로 넘어간 게 문제였나
석탄발전을 줄이는 대신 천연가스 발전을 늘리는 방향으로 갔는데, 이게 CCPI에서는 별로 좋은 점수를 못 받는 모양이다. 천연가스도 결국 화석연료니까 "진정한 탈탄소는 아니다"라는 평가를 받은 거 같다.
실제로 우리나라 발전량을 보면 2023년 기준으로 석탄 32%, LNG 29%, 원전 31%, 재생에너지 9% 정도다. 석탄은 줄었지만 그 자리를 가스가 메꾼 격이다. 유럽 국가들이 재생에너지로 바로 전환하는 것과는 다른 길을 간 거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석탄발전소를 갑자기 다 없앨 수도 없고, 재생에너지 확대도 시간이 걸리니까 중간 단계로 가스를 택한 거겠지. 하지만 CCPI 관점에서는 "여전히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고 본 거 같다.
목표가 너무 낮았다
우리나라가 내건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 목표가 국제적으로 보면 그리 높지 않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EU는 55%, 미국은 50% 감축 목표인데 우리만 40%다. 게다가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애매한 상태다.
더 문제는 이 40% 감축도 2018년 기준이라는 점이다. 보통 1990년을 기준으로 하는데, 우리는 2018년을 기준으로 잡았다. 그래서 실제 감축 폭은 다른 나라들보다 더 작을 수밖에 없다.
탄소중립 기본법도 만들긴 했지만, 구체적인 로드맵이나 예산 계획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법은 만들어놨는데 실행 방안이 약하다 보니 CCPI 평가에서 기후정책 부문 점수가 낮게 나온 거 아닌가 싶다.
산업구조의 한계
이건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우리나라는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같은 에너지 많이 쓰는 산업 비중이 높다. 이런 산업들이 경제의 핵심인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기도 하다.
구체적인 숫자를 보면 더 실감난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의 87%가 에너지 부문에서 나오는데, 그 중에서도 산업 부문이 36%를 차지한다. 포스코 하나만 해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5%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포스코나 SK 같은 대기업들도 친환경 전환을 시작했지만, 유럽 경쟁사들에 비하면 속도가 느린 편이다. 포스코는 2030년부터 수소환원제철을 도입하겠다고 하는데, 독일 티센크루프는 이미 2025년부터 시작한다.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라 쉽지 않은 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4. 역전의 기회: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
그래도 포기할 건 아니다. 영국 사례를 보면 정말 의지만 있으면 바뀔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재생에너지 목표부터 올려야
우선 2030년 재생에너지 20% 목표를 30%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해상풍력 프로젝트들을 제대로 추진해야 한다.
덴마크처럼 주민들이 반대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발전 수익을 지역에 나눠주거나, 시민들이 직접 투자할 수 있게 만드는 거다. "내 동네 풍력발전기에서 나오는 전기로 용돈도 받는다"고 하면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나?
구체적으로 보면 전남 신안처럼 주민 참여형 태양광 사업이 성공한 사례도 있다. 주민들이 직접 투자해서 수익도 나눠 받고, 지역 일자리도 생기고. 이런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시키면 될 것 같은데.
그리고 송전망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발전소는 다 지었는데 전기를 보낼 선이 없어서 못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인프라 투자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야겠다.
대기업들 등 좀 떠밀어야
포스코 수소환원제철, SK의 CCUS 프로젝트 같은 건 이미 시작됐다. 이런 걸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밀어줘야 한다. 세금 혜택도 주고, 규제도 완화해주고 말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포스코는 2030년부터 수소환원제철을 단계적으로 도입해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한다. SK는 울산에 CCUS 허브를 만들어서 연간 1000만톤의 탄소를 포집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대로 탄소 많이 배출하는 기업들에게는 부담을 늘려야 한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지금보다 강화하고, 탄소세 도입도 본격적으로 검토해볼 때가 됐다.
현재 K-ETS는 무상할당 비중이 97%인데 이걸 점진적으로 줄여야 한다. EU는 이미 50% 수준이고, 2030년까지 더 줄일 계획이다. 탄소에 제대로 된 가격을 매겨야 기업들이 진짜 노력하지 않겠나.
일상에서도 바뀌어야
전기차 300만대 목표는 괜찮다고 본다. 다만 충전소를 진짜 많이 깔아야 한다. 지금은 전기차 사고 싶어도 충전 걱정 때문에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지금 전기차 충전소가 전국에 3만개 정도 있는데, 300만대가 되려면 최소 10만개는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것도 집 근처나 직장 근처에 있어야 의미가 있다.
건물도 마찬가지다. 새로 짓는 건물들은 에너지 효율 기준을 확 올리고, 기존 건물들도 단열 공사 지원해주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네덜란드처럼 에너지 효율이 낮은 건물은 임대 금지하는 정책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대중교통도 더 좋아져야 한다고 본다. 지하철이나 버스가 편리하면 굳이 차를 안 사도 되니까. 서울은 그런대로 괜찮은데, 지방은 아직 차 없으면 살기 힘든 곳이 많다.
맺음말: 변화는 지금부터, 영국을 보자
솔직히 63위라는 숫자를 봤을 때는 화가 났다. "우리가 이 정도밖에 안 되나?" 싶어서. 그런데 자료를 찾아보니 희망도 보였다.
영국이 1년 만에 20위에서 6위로 올라간 걸 보면,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건 정치적 의지다. 정부가 확실하게 "우리는 이 방향으로 간다"고 정하고 밀어붙이면 된다.
실제로 우리나라도 기반은 어느 정도 있다. K-배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이고, 조선업체들은 친환경 선박 기술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반도체 기업들도 저전력 칩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이런 기술들을 기후 대응에 잘 활용하면 충분히 반전 가능할 것 같다.
기업들도, 시민들도 사실 준비는 어느 정도 돼 있다고 본다. 젊은 세대들은 환경 의식이 높아서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고, 기업들도 ESG 경영이 대세가 됐다. 그냥 확실한 방향과 지원만 있으면 된다.
다만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게 문제다. 2030년까지는 고작 6년밖에 안 남았다. 그동안 미뤄왔던 일들을 이제는 정말 서둘러서 해야 한다.
내년 CCPI 2026에서는 한국이 몇 위를 할까? 최소한 50위권은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니, 들어가야 한다. 그러려면 정말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더 이상 늦출 시간이 없다.
